[시사타임즈 = 하승우 시사타임즈 논설위원]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35% 선 밑으로 붕괴하며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국정 동력 상실’이나 ‘갑작스러운 민심의 이탈’로 해석하지만, 이러한 진단은 현상만을 볼 뿐 본질을 짚지 못하고 있다. 엄밀히 말해 지금 지지율이 무너진 것이 아니다. 그동안 유지되어 온 40~50%대의 지지율 자체가 윤석열 정권의 기록적인 실정과 집권 여당의 자멸에 힘입은 ‘착시 현상’이자 거품이었을 뿐이다. 이전 정권에 대한 강한 반발심과 ‘반사이익’이라는 거품이 완전히 거품처럼 빠져나간 지금, 비로소 나타난 숫자가 바로 이재명이라는 정치인과 그 집권 세력에 대한 ‘진짜 지지도’다.
지지도의 거품이 걷히며 드러난 실체는 정권의 근본적인 국정 운용 철학과 우선순위의 심각한 왜곡이다. 집권 세력은 마땅히 추진해야 할 시대적 과제와 민생 안정책은 방치하거나 역행하고, 반대로 하지 말아야 할 파괴적·진영 논리적 과제에는 사활을 걸어왔다. 국정의 우선순위가 완전히 바뀐 것이다.
가장 치명적인 자초위기(自招危機)는 부동산과 세금 정책에서 비롯되었다. 시장의 수급 원리를무시한 채 집값을 잡겠다며 내놓은 규제 일변도의 정책과 세제 개편은 국민적 공감대와 동떨어진 정치적인 결단이었을 뿐이다. 결과는 참혹했다. 실거주자들의 세금 부담은 눈덩이처럼 늘어났고, 시장의 불확실성은 가중되었으며, 청년층과 중산층의 주거 사다리는 더욱 철저히 파괴되었다. 민생의 기본인 먹고사는 문제, 자산 형성의 문제를 이념적 잣대로 접근한 대가를 국민 전체가 치르고 있는 셈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가의 기본 틀인 안보의 뿌리를 흔드는 국가 기구 해체 작업이다. 이른바 ‘검찰청 폐지’로 대표되는 사법·수사 체계 개편은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의 근간을 자의적으로 해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권력형 비리와 거악을 단죄하고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해야 할 사법 기구의 기능이 마비되고 무력화되면서, 사법 정의의 신뢰성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성찰과 보완이 아닌 징벌적 해체로 일관한 검찰 개혁 논의는 국민들에게 개혁이 아닌 정치적 보복과 사법 시스템의 유린으로 각인되고 말았다.
여기에 더해 안보와 보수의 최후 보루인 군 조직을 흔드는 ‘육·해·공 사관학교 통합’ 및 국방 구조 개편 시도는 국가 백년대계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었다. 각 군의 특수성과 전문성, 전통적인 호국 정신을 말살하고 행정 편의주의적 통합을 밀어붙이는 행태는 국방력 강화를 기대하던 국민들에게 커다란 안보적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반대로, 이재명 정권이 진정으로 추진해야 했을 일들은 철저히 외면받았다. 실질적인 민생 살리기, 급변하는 글로벌 공급망 개편과 첨단 기술 전쟁 속에서의 국가 경쟁력 확보, 국가 재정 건전성 강화, 그리고 분열된 국론을 하나로 모으는 대통합의 정치는 국정 우선순위에서 까마득히 뒤로 밀려났다. 국가의 미래를 설계해야 할 국정 동력이 과거 청산과 진영 결집이라는 소모적 정쟁에 대거 낭비된 것이다.
35% 붕괴는 결코 일시적인 파도가 아니다. 윤석열 정권의 반사이익이라는 거대한 방파제 뒤에 숨어 있던 국정 수행의 무능과 독선이 민낯을 드러내며 시작된 ‘민심의 냉정한 경고’다. 윤석열이라는 반대급부 없이 스스로의 정책과 실력만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엄혹한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정권이 지금이라도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려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할 이념적·파괴적 정책 과제들을 즉각 중단하고, 진정 국민이 원하고 국가 미래에 필요한 민생·안보 정책으로 국정 기조를 전면 대전환해야 한다. 착시는 끝났다. 반사이익에 기대어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유효기간은 완전히 만료되었다. 이제 이재명 정권 앞에 남은 것은 오직 스스로 만든 ‘진짜 지지도’라는 차가운 현실뿐이다.
글 : 하승우 시사타임즈 논설위원,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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